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의 셋째 날, 아침부터 바람이 꽤 강하게 불었다. 원래 계획했던 블루 라군 투어는 스피드보트로 이동해야 해서 멀미가 걱정될 정도였다. 고민 끝에 멀미 걱정 없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형 페리를 타고 흐바르 섬 단독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아쉬움은 잠시, 바람이 강해도 낭만적인 흐바르 섬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목차
- 여행 개요: 흐바르 섬 단독 탐험
- 흐바르 타운: 항구의 활기찬 아침
- 스판졸라 요새로 가는 길: 숨겨진 절경과 역사
- 흐바르 섬의 숨겨진 보석: 스테판 스퀘어와 성당
- 흐바르 여행 팁 및 다음 여정 예고
여행 개요: 흐바르 섬 단독 탐험
스플리트에서 출발한 대형 페리는 생각보다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약 55분 만에 흐바르 타운에 도착했다. 바람은 여전히 강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흐바르의 모습은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주황색 지붕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냈고, 항구에는 럭셔리 요트들이 즐비해 흐바르의 명성을 실감케 했다. 블루 라군을 포기한 만큼, 흐바르 섬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바람은 거세도 흐바르의 아름다움은 변함없었다. 항구에 도착한 대형 페리와 그림 같은 흐바르 타운의 모습.
흐바르 타운: 항구의 활기찬 아침
흐바르 항구에 발을 딛자마자 느껴지는 활기찬 에너지는 역시 ‘크로아티아의 이비자’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았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흥겨운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고,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퍼져나갔다. 점심시간이 되어 항구 근처의 한 캐주얼한 식당에 들어섰다. 별 기대 없이 간단하게 햄버거와 맥주를 주문했는데, 의외로 갓 구운 패티와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진 햄버거 맛이 일품이었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강한 바람에 흔들렸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식사 후에는 항구 주변의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며 현지 공예품과 라벤더 제품들을 둘러봤다. 흐바르는 라벤더로도 유명한 섬이니,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라벤더 향수나 오일을 기념품으로 구매하는 것도 좋다.
스판졸라 요새로 가는 길: 숨겨진 절경과 역사
흐바르 타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스판졸라 요새(Fortica Fortress)에 올라야 한다. 요새로 향하는 길은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인데, 처음에는 가파른 계단이 조금 힘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길은 단순히 요새로 향하는 통로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절경이다.
계단을 오를수록 좁은 골목길 사이로 푸른 아드리아해와 주황색 지붕의 흐바르 타운이 점차 넓게 펼쳐지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면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길을 따라 라벤더와 로즈메리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와 코끝을 간지럽혔고,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얼굴을 스쳤다. 특히, 요새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작은 정원과 돌담길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사진을 찍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스팟이다. 고대 요새의 돌담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는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마침내 요새 정상에 도착하자, 눈앞에 펼쳐진 파노라마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흐바르 타운의 모든 건물들이 미니어처처럼 발아래 놓여 있었고, 그 뒤로는 에메랄드빛 아드리아해가 끝없이 펼쳐졌다. 멀리 파클레니 제도(Pakleni Islands)의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모습은 그림보다 더 그림 같았다. 이곳에서 흐바르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한참을 머물렀다.




요새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숨겨진 절경. 고대 돌담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
흐바르 섬의 숨겨진 보석: 스테판 스퀘어와 성당

요새에서 내려와 흐바르 타운의 중심인 성 스테판 스퀘어(St. Stephen’s Square)로 향했다. 흐바르에서 가장 넓은 광장으로, 이곳은 흐바르의 역사와 일상이 공존하는 곳이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웅장한 성 스테판 성당(St. Stephen’s Cathedral)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었다. 성당 내부는 고요하고 경건한 분위기였으며, 아름다운 제단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었다.
광장 주변으로는 야외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사람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광장을 둘러싼 오래된 건물들의 벽면에는 흐바르의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를 탐험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흐바르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흐바르의 중심, 성 스테판 스퀘어. 웅장한 성당과 활기찬 광장의 조화.
흐바르 여행 팁 및 다음 여정 예고
흐바르는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1박 이상 머물며 해변이나 다른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특히 여름 시즌에는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파티와 활기찬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 교통편: 스플리트에서 흐바르로 가는 대형 페리는 야드롤리니야(Jadrolinija) 등 여러 회사에서 운항한다.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 복장: 따뜻한 햇살과 강한 바람에 대비하여 가벼운 겉옷과 선글라스, 모자, 선크림은 필수다.
- 걷기: 흐바르 타운은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으며, 스판졸라 요새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므로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아름다운 흐바르 섬에서의 하루를 끝으로 스플리트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내일은 크로아티아 남부의 보석, 두브로브니크로 향하는 4일 일정의 첫 시작이다. 단순한 이동이 아닌,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오미시(Omis)를 지나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작은 해안 마을 네움(Neum)을 거쳐 그림 같은 해안 도로를 따라 두브로브니크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분명 또 다른 황홀경을 선사할 것이다. 다음 블로그에서는 두브로브니크의 웅장한 성벽과 역사적인 매력을 탐험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