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이스탄불 여행의 넷째 날. 지난 3일간의 다사다난한 경험들은 마치 폭풍우 같았다. 숙소 대참사, 터무니없는 저녁 식사 비용, 그리고 아야소피아와 톱카프 궁전에서의 씁쓸한 기억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이스탄불의 심장부인 도심을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 지도 앱에 표시된 동선을 따라 이스탄불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시간.캡션: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스티크랄 거리. 활기찬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 목차
- 이스탄불의 명동, 이스티크랄 거리와 탁심 광장으로 향하는 길
- 화려한 돌마바흐체 궁전의 외관과 평화로운 카페에서의 휴식
- 고난의 계단 끝에 만난 달콤한 보상, 터키 전통 디저트 카이막!
- 웅장한 갈라타 타워, 그러나 결국은 ‘밖에서’ 감상하기
- 이스탄불 여행의 대미: 보스포루스 선셋 크루즈에 걸어보는 희망
이스탄불의 명동, 이스티크랄 거리와 탁심 광장으로 향하는 길
오늘의 첫 목적지는 이스탄불의 활기 넘치는 중심, ‘명동’이라 불리는 이스티크랄 거리(Istiklal Caddesi)와 탁심 광장(Taksim Square)이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곧바로 이스티크랄 거리로 향했다. 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 카페, 레스토랑들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트램 노선이 중앙을 가로지르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었다.
캡션: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스티크랄 거리. 활기찬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이스티크랄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탁심 광장으로 이어진다. 탁심 광장은 이스탄불 시민들의 삶과 역사적 사건이 교차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탁심에서 이스티크랄 거리를 오가는 ‘3번 꼬마 트램’을 타보려고 했지만, 워낙 많은 인파로 인해 결국 승차를 포기해야 했다. 이스탄불의 주요 명소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듯했다.
화려한 돌마바흐체 궁전의 외관과 평화로운 카페에서의 휴식
탁심 광장에서 발길을 돌려 다음 목적지인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çe Sarayı)으로 향했다. 오스만 제국 술탄들의 마지막 거처였던 이곳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으며,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어우러진 화려한 외관이 특징이다. 멀리서도 그 웅장함이 압도적이었다.
캡션: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늘어선 돌마바흐체 궁전. 그 화려함과 웅장함이 사진에 다 담기지 않네요.
지난 톱카프 궁전에서의 경험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돌마바흐체 궁전 역시 입장료가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결국 입장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입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궁전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며 궁전의 아름다운 외관과 보스포루스 해협의 시원한 경관을 감상했다. 비록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여유롭게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하며 잠시나마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캡션: 궁전 앞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 보스포루스 해협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궁전에서의 짧은 휴식 후, 우리는 카바타쉬(Kabataş) 부두를 거쳐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난의 계단 끝에 만난 달콤한 보상, 터키 전통 디저트 카이막!
카바타쉬 부두를 지나 도착한 곳은 터키의 전통 음식인 ‘카이막’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었다. 이스탄불에 왔으니 꼭 카이막을 먹어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길을 나섰는데, 가는 길에 마주친 엄청난 계단은 우리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한 계단을 오르면서 “이게 정말 카이막을 먹기 위한 시련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캡션: 카이막은 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정말 힘든 여정이었죠!
하지만 힘든 여정 끝에 도착한 식당에서 맛본 카이막은 그 모든 노력을 보상해 주는 듯했다. 꿀을 곁들여 먹는 카이막은 그야말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움과 진한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예상치 못한 달콤함에 모두가 감탄했다. “한 번은 먹어 볼 만한 맛”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이스탄불에서 만난 소확행이었다. 이스탄불의 달콤한 면모를 비로소 발견한 순간이었다.
캡션: 드디어 영접한 카이막! 꿀을 곁들여 먹으니 천상의 맛이 따로 없었습니다.
웅장한 갈라타 타워, 그러나 결국은 ‘밖에서’ 감상하기
든든하게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4일차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갈라타 타워(Galata Kulesi)로 향했다. 탁심 광장과 이스티크랄 거리 근처에 위치한 갈라타 타워는 이스탄불의 상징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로, 멀리서도 그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캡션: 이스탄불의 랜드마크, 갈라타 타워! 그 웅장한 자태가 시선을 압도합니다.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 이스탄불의 전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비싼 입장료가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여러 차례 입장료 때문에 발길을 돌린 터라, 이번에도 ‘그래,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입장을 포기했다. 갈라타 타워의 웅장한 외관을 밖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스탄불 여행의 대미: 보스포루스 선셋 크루즈에 걸어보는 희망
갈라타 타워를 뒤로하고 다시 이스티크랄 거리를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어제의 사기 경험과 높은 입장료의 벽은 여전했지만, 카이막이라는 달콤한 발견과 탁심 광장, 이스티크랄 거리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이스탄불의 또 다른 면모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스탄불에서의 하루하루는 실망과 놀라움, 그리고 간헐적인 즐거움이 뒤섞인 오묘한 경험의 연속인 것 같다. 어느새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모든 다사다난했던 기억들을 뒤로하고, 이스탄불 여행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특별한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바로 보스포루스 해협 선셋 크루즈다.
그동안 이스탄불에서 겪었던 숙소 문제, 예상치 못한 바가지 식비, 그리고 사기 같은 입장료 정책 등 모든 부정적인 추억들을 이 크루즈를 통해 이스탄불의 아름다운 야경을 봄으로써 어느 정도 만회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 위에서 황홀한 일몰과 함께 빛나는 이스탄불의 야경을 마주하며, 이 도시와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 부디 마지막 날만큼은 이스탄불이 우리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