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숙소 대참사와 예상치 못했던 물가 쇼크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던 걸까. 이스탄불에서의 둘째 날, 부디 오늘은 괜찮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본격적인 첫 이스탄불 여행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야소피아에서의 황당한 경험과 톱카프 궁전의 엄청난 입장료는 실망감을 넘어 분노마저 치밀게 했다. 과연 이스탄불은 우리에게 어떤 얼굴을 계속 보여줄 것인가.
📑 목차
- 새로운 시작? 이스탄불 대중교통 첫 경험과 티켓 구매 소동
- 아야소피아의 두 얼굴: 25유로보다 황당했던 50유로의 ‘박물관’ 강매
- 입이 떡 벌어지는 톱카프 궁전 입장료: 2000리라의 가치?
- 계속되는 실망, 그래도 내일은 아시아 지구로 (예고)
새로운 시작? 이스탄불 대중교통 첫 경험과 티켓 구매 소동
어제의 악몽을 애써 지우며, 오늘은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명소인 아야소피아로 향하기 위해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트램 정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나름 가벼웠다. 하지만 이스탄불은 우리를 순순히 도와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트램 정류장에 도착해 티켓 구매 기계 앞에 섰다. 1회권 티켓을 구매하려는데, 어찌 된 일인지 1장을 선택해도 4인 가족 전체가 사용 가능한 금액, 혹은 그 이상으로 보이는 비용이 표시되었다.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충전식 카드나 다회권이 있는 듯했다. 결국 우리는 한참을 헤맨 끝에 20회 사용 가능한 티켓을 구매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티켓 한 장 사는 것부터 이렇게 삐걱거릴 줄이야.
캡션: 이스탄불에서의 첫 대중교통 이용! 트램 티켓 구매부터 쉽지 않았지만, 20회권으로 해결!
아야소피아의 두 얼굴: 25유로보다 황당했던 50유로의 ‘박물관’ 강매
우여곡절 끝에 트램을 타고 도착한 아야소피아. 그 웅장한 외관은 여전히 감탄을 자아냈지만, 어제의 경험 때문인지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다. 우리는 과거에 아야소피아 내부를 이미 방문한 경험이 있어, 1인당 25유로라는 만만치 않은 입장료를 내고 다시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함께 여행 온 친구 부부는 첫 방문이었기에 내부를 관람하기로 했다.
문제는 친구 부부가 티켓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매표소 직원은 끈질기게 아야소피아 입장권(25유로)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다는 ‘아야소피아 역사 박물관’ 입장까지 포함된 50유로짜리 통합 입장권을 권유했다. 마치 그게 더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현혹했다. 친구 부부는 직원의 강력한 추천에 넘어가 결국 1인당 50유로를 지불하고 통합 티켓을 구매했다.
캡션: 다시 찾은 아야소피아. 하지만 친구 부부는 이곳에서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밖에서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부부가 허탈한 표정으로 나왔다. 그들이 경험한 ‘아야소피아 역사 박물관’이라는 곳은, 작은 공간에서 아야소피아의 역사를 그저 영상으로 틀어주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그것도 매우 부실하고 조악한 수준의 콘텐츠였다고. 25유로를 더 지불하고 본 것이 고작 그런 영상이라니! 이건 관광객을 상대로 한 거의 사기 수준의 강매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친구 부부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또한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캡션: (상상) 친구 부부가 50유로 티켓으로 입장했다는 아야소피아 역사 박물관 내부. 부실한 영상 콘텐츠에 실망만 가득했다고 합니다.
입이 떡 벌어지는 톱카프 궁전 입장료: 2000리라의 가치?
아야소피아에서의 불쾌한 경험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톱카프 궁전으로 향했다. 오스만 제국의 화려했던 역사를 품고 있다는 톱카프 궁전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표소에 적힌 입장료를 보고는 또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톱카프 궁전의 기본 입장료가 1인당 2000리라, 여기에 하렘 등을 추가하면 비용은 더 올라갔다. 2000리라를 현재 환율로 계산해보니 한화로 약 7만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캡션: 톱카프 궁전 입구. 하지만 살인적인 입장료(1인 2000리라!)에 또 한 번 좌절했습니다.
물론 유명 관광지의 입장료가 비쌀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콘텐츠의 질이나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제저녁 식사 비용부터 시작해서, 오늘 아야소피아에서의 꼼수, 그리고 톱카프 궁전의 상상을 초월하는 입장료까지. 터키의 관광 정책이 자국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우리는 결국 톱카프 궁전 입장을 포기했다. 그만한 가치를 느낄 수 없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런 식의 관광 정책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계속되는 실망, 그래도 내일은 아시아 지구로 (예고)
이스탄불에서의 둘째 날은 그렇게 또다시 실망과 불쾌함으로 얼룩졌다. 아름다운 역사 유적을 둘러보며 감탄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지출과 상술에 기분이 상하는 하루였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스탄불은 우리에게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쯤 되니 이스탄불 여행 전체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계획된 일정이고, 아직 남은 날들이 있기에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일은 분위기를 바꿔 이스탄불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아시아 지구로 넘어가 볼 예정이다. 부디 내일은 오늘과 다른,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여러분은 여행지에서 이런 황당한 경험이나 예상치 못한 높은 물가 때문에 실망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경험을 댓글로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