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둘째 날 아침은 눈부신 햇살과 함께 시작되었다. 악명 높은 주차비를 고려해 미리 구매해 둔 3일짜리 교통 패스를 이용해 숙소에서 구시가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저 멀리 웅장한 민체타 요새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시의 상징이자 하이라이트인 웅장한 성벽을 따라 걸으며, 그 안에 숨겨진 역사와 아름다운 명소들을 깊이 탐험할 계획이다. 중세 시대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으로 시간을 보낼 준비를 마쳤다.
목차
- 여행 개요: 성벽과 올드 타운 심층 탐험
- 웅장한 성벽 위를 걷다: 도시의 수호자
- 민체타 요새: 북쪽의 파수꾼과 최고의 전망대
- 스트라둔 거리: 올드 타운의 심장부
- 렉터 궁전: 라구사 공화국의 영광
- 스폰자 궁전: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
- 두브로브니크 대성당과 성 블라이즈 교회: 신앙의 흔적
- 두브로브니크 올드 타운 탐험 팁 및 다음 여정 예고
여행 개요: 성벽과 올드 타운 심층 탐험
두브로브니크의 올드 타운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성벽이 도시를 감싸고 있으며, 그 안에는 고대부터 이어져 온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늘은 성벽을 따라 걸으며 도시 전체를 조망하고, 이어서 올드 타운 내부의 주요 건축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두브로브니크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중세 시대의 생활과 번영했던 라구사 공화국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시간이다.
아드리아해를 배경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두브로브니크 성벽과 올드 타운의 모습.
웅장한 성벽 위를 걷다: 도시의 수호자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시작은 단연 성벽 투어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보였던 민체타 요새의 압도적인 외관을 뒤로하고, 서둘러 필레 게이트 근처의 성벽 입구로 향했다. 길이가 약 2k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성벽은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지속적으로 보강되어 도시를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낸 난공불락의 방어선 역할을 했다. 성벽 위를 걷는 데는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성벽 투어는 필레 게이트 근처에서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벽 위를 걷는 내내, 한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아드리아해와 그 위를 오가는 유람선, 다른 한쪽으로는 주황색 지붕의 올드 타운 건물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골목길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집들과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 같은 소소한 풍경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투어 중간, 성벽 중간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들러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아드리아해를 바로 옆에 두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커피 향과 바다 내음이 어우러진 이곳의 분위기는 성벽 투어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낭만적이었다. 잠시 여유를 즐긴 후, 다시 성벽 투어를 재개했다. 성벽 곳곳에 위치한 망루와 요새들은 잠시 쉬어가며 풍경을 감상하고, 도시의 역사를 되새기는 좋은 지점이 된다.
성벽 위에서 바라본 숨 막히는 아드리아해와 아름다운 올드 타운의 전경.
민체타 요새: 북쪽의 파수꾼과 최고의 전망대
성벽 투어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요새는 바로 민체타 요새(Minceta Fortress)이다. 도시의 북쪽, 가장 취약한 지점을 방어하기 위해 15세기 후반에 건설된 이 원형 요새는 두브로브니크의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이곳은 특히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불사의 집(House of the Undying)’으로 등장하여 전 세계 팬들에게 더욱 유명해졌다.
요새의 꼭대기에 오르면 두브로브니크 올드 타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촘촘한 주황색 지붕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푸른 아드리아해가 시원하게 드러난다. 마치 엽서 속 풍경처럼 아름다운 이곳에서 수많은 사진을 찍으며 두브로브니크의 웅장함을 마음에 담았다.
민체타 요새 정상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 올드 타운의 압도적인 파노라마 뷰.
스트라둔 거리: 올드 타운의 심장부
성벽 투어를 마치고 올드 타운의 중심으로 내려오면, 두브로브니크의 메인 거리인 스트라둔 거리(Stradun Street)가 펼쳐진다. 플라차(Placa)라고도 불리는 이 거리는 고대에는 해협이었으나, 지진과 도시 개발 과정을 거쳐 현재의 넓은 광장과 거리로 탈바꿈했다. 양쪽으로 늘어선 아름다운 석조 건물들과 매끄럽게 닳아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이 인상적이다.
성벽 투어 후 늦은 점심은 스트라둔 거리 근처의 캐주얼한 식당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했다. 허기진 상태에서 먹으니 그 맛은 더욱 꿀맛 같았다. 스트라둔 거리는 낮에는 활기찬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저녁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리 양쪽에는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이 즐비해 있어 언제나 활력이 넘친다. 오노프리오 분수에서 시작하여 종탑 광장까지 이어지는 이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두브로브니크의 활기찬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매끄럽게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인상적인 스트라둔 거리.
렉터 궁전: 라구사 공화국의 영광
스트라둔 거리의 끝자락, 종탑 광장 근처에 위치한 렉터 궁전(Rector’s Palace)은 라구사 공화국 시대의 정치적 중심지이자 행정 수반인 렉터(총독)가 거주했던 곳이다. 15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렉터는 한 달 임기로 선출되었으며, 그 기간 동안 이 궁전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는 독재를 막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독특한 시스템이었다.
고딕-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이 아름다운 궁전은 당시 라구사 공화국의 부와 권력을 잘 보여준다. 현재는 두브로브니크 역사 박물관으로 사용되어, 궁전 내부의 화려한 방들과 가구, 라구사 공화국의 역사적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중앙 정원과 기둥들은 섬세한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어 당시 건축 기술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궁전을 둘러보며 당시 렉터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 도시를 이끌었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라구사 공화국의 심장, 렉터 궁전. 섬세한 건축 양식과 풍부한 역사를 자랑한다.
스폰자 궁전: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
렉터 궁전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스폰자 궁전(Sponza Palace)은 렉터 궁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건축물이다. 16세기에 건설된 이 궁전은 한때 세관, 조폐국, 은행, 학교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두브로브니크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무역 활동의 중심지로서 큰 의미를 가졌다.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스폰자 궁전은 특히 아치형 회랑과 정교한 석조 장식들이 눈길을 끈다. 내부에는 두브로브니크 국가 기록 보관소가 있어 도시의 방대한 역사 문헌들을 보관하고 있다. 매년 여름 열리는 ‘두브로브니크 여름 축제’의 개막식이 이곳에서 열리기도 하는 등, 스폰자 궁전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두브로브니크의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름다운 아치형 회랑이 인상적인 스폰자 궁전. 과거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두브로브니크 대성당과 성 블라이즈 교회: 신앙의 흔적
올드 타운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웅장한 종교 건축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바로 두브로브니크 대성당(Dubrovnik Cathedral, Cathedral of the Assumption of the Virgin Mary)이다. 17세기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 18세기 초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된 이 성당은 내부에 티치아노의 그림을 포함한 예술 작품들과 성 블라이즈의 유해 등이 보관되어 있다. 거대한 돔과 화려한 제단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대성당 근처, 스트라둔 거리의 끝에는 두브로브니크의 수호성인인 성 블라이즈 교회(Church of Saint Blaise)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18세기 초에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된 이 교회는 화려한 외관과 성 블라이즈 동상이 특징이다. 매년 2월 3일, 성 블라이즈 축제 기간에는 이 교회 앞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리며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물든다. 이 두 종교 건축물은 두브로브니크 시민들의 깊은 신앙심과 도시의 역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들이다.
좌: 웅장한 두브로브니크 대성당 / 우: 두브로브니크의 수호성인 성 블라이즈 교회
두브로브니크 올드 타운 탐험 팁 및 다음 여정 예고
- 교통: 악명 높은 주차비를 고려한다면, 저희처럼 3일짜리 대중교통 패스를 구매하여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숙소에서 구시가지까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 성벽 투어:
- 입장권은 미리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필레 게이트 근처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두브로브니크 패스(Dubrovnik Pass)를 구매하면 성벽 입장료를 포함해 주요 박물관과 대중교통을 할인받을 수 있어 유용합니다. 두브로브니크 패스 공식 사이트는 www.dubrovnikpass.com입니다.
- 성수기에는 아침 일찍 방문하여 인파를 피하고 더위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성벽 위에는 그늘이 거의 없으므로,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은 필수이며 충분한 물을 챙기세요.
-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올드 타운 내부:
- 대부분의 명소는 도보로 이동 가능합니다. 좁은 골목길과 계단이 많으므로 편한 신발이 좋습니다.
- 피크 시간대에는 매우 혼잡할 수 있으니, 여유로운 탐험을 원한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를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 레벨업된 햄버거 맛집처럼, 스트라둔 거리 외에도 골목길 안쪽에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둘째 날은 도시의 역사와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성벽 위에서 바라본 풍경과 올드 타운 곳곳에 스며든 옛 이야기들은 왜 이곳이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리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내일은 ‘두브로브니크의 지브롤터’라 불리는 또 다른 웅장한 요새, 로브리예나츠 요새(Fort Lovrijenac)를 둘러볼 예정이다. 성벽 투어와는 또 다른 각도에서 두브로브니크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