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에서의 셋째 날, 오늘은 잠시 크로아티아를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바로 국경 너머 몬테네그로의 숨겨진 보석, 코토르(Kotor). 웅장한 피오르드 지형과 중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벽 도시로, 두브로브니크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라는 이야기에 기대감이 커졌다. 아침 일찍 렌터카에 시동을 걸고, 설레는 마음으로 몬테네그로로 향했다.


목차


여행 개요: 국경을 넘어 코토르로

두브로브니크에서 코토르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국경을 넘어야 하는 특별한 경험이 포함된다. 크로아티아 국경을 지나 몬테네그로로 들어서는 두 번째 국경 검문소는 생각보다 비교적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여권에 도장을 받고 새로운 나라에 들어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는 듯했다. 오늘은 코토르 만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코토르 구시가지와 성벽을 탐험하며 몬테네그로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예정이다.

새로운 나라로 향하는 길, 몬테네그로 국경을 넘으며 여행의 설렘을 더하다.


코토르 만으로 향하는 길: 해안선의 유혹과 두 개의 섬

몬테네그로 국경을 넘자마자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크로아티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코토르 만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었다. 잔잔한 아드리아해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해안 도로는 드라이브하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잠시 길가 해변 카페에 차를 세우고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디저트보다 달콤했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 여유를 즐긴 후, 다시 코토르를 향해 해안선을 따라 달렸다. 가는 길목,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두 개의 작은 섬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나는 ‘바위 위의 성모(Our Lady of the Rocks)‘라는 인공 섬 위의 교회였고, 다른 하나는 ‘성 조지 섬(St. George Island)‘으로 자연 섬 위에 세워진 수도원이었다. 잠시 차를 멈추고 그 신비로운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때때로 해안가에 정박해 있거나 만 안쪽으로 유유히 들어오는 거대한 크루즈선들을 마주칠 때마다, 코토르가 얼마나 매력적인 관광지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코토르 만의 보석,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 있는 신비로운 두 개의 섬.


코토르의 첫인상: 주차 전쟁과 경이로운 산세

드디어 코토르 구시가지 근처에 다다랐지만, 곧바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바로 악명 높은 주차 전쟁이었다. 구시가지 주변은 이미 수많은 차들로 가득했고, 빈 주차 공간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구시가지 건너편 해안가 마을까지 가 보았지만 마땅한 자리를 찾을 수 없어 다시 도심으로 돌아와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주차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차를 타고 오가며 바라본 코토르의 풍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웅장한 검은 산들이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었고, 그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중세 시대의 성곽과 요새가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하고 견고한 성벽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마치 자연과 인간이 합작하여 만든 거대한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차는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한 코토르의 웅장한 산세와 견고한 성벽은 경이로웠다.


코토르 구시가지: 현지식 점심과 도시 성벽 산책

가까스로 주차를 마치고 코토르 구시가지로 들어섰다.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석조 건물들은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레스토랑을 찾아 몬테네그로 현지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신선한 해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요리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식사 후에는 원래 코토르 성벽(Kotor Fortress / St. John’s Fortress)의 정상까지 오를 계획이었으나, 실제로 마주한 성벽 길은 생각보다 훨씬 가파르고 험난해 보였다.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구시가지 내에 연결된 도시 성벽의 일부를 가볍게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비록 정상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도시를 감싸고 있는 성벽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풍경과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시가지의 아기자기한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중세 도시의 방어 체계를 상상해보고,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적인 흔적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가파른 정상 등반 대신 선택한 코토르 구시가지 성벽 산책, 중세 도시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시 두브로브니크로: 아쉬움을 뒤로하며, 그리고 내일의 기대

코토르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두브로브니크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시 국경을 넘었고,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의 석양을 바라보며 두브로브니크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 두 나라를 넘나들며 경험한 다채로운 풍경과 문화는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코토르의 웅장하고 신비로운 매력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남은 일정도 기대된다. 내일은 오전에 로브리예나츠 요새(Fort Lovrijenac)에 올라 두브로브니크를 또 다른 시선으로 감상하고, 저녁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 산에 올라 황홀한 낙조를 바라볼 예정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풍경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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