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리트에서의 여운을 뒤로하고, 오늘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두브로브니크로 향하는 날입니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할 드라이브 코스를 택했습니다. 바로 아드리아해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 도로를 통해, 액티비티의 천국 오미시(Omis)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유일한 해안 도시 네움(Neum)을 경유하는 길입니다.


오미시: 대자연 속 스릴 넘치는 모험과 해적의 역사

스플리트를 출발해 남쪽으로 약 30분 정도 달리면, 장엄한 체티나 강(Cetina River)과 거대한 바위 산에 둘러싸인 작은 도시 오미시가 나타납니다. 이곳은 평화로운 어촌 마을 같지만, 실제로는 숨 막히는 자연경관 속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모험의 도시이자, 흥미로운 해적 역사를 품고 있는 곳입니다.

오미시는 그 독특한 지형 덕분에 짚라인, 래프팅, 캐니어닝 등 스릴 넘치는 야외 활동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손꼽힙니다. 특히, 디나르 알프스 산맥의 한 줄기인 모소르 산(Mosor mountain)에서 발원하여 아드리아해로 흘러드는 체티나 강은 그 웅장한 협곡 경관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체티나 강 협곡을 가로지르는 짚라인은 아찔한 높이에서 강과 산의 웅장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합니다.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래프팅은 온몸으로 자연의 활기를 느끼게 해주죠. 저희는 시간이 부족해 아쉽게도 직접 체험하진 못했지만, 강 위를 떠다니는 래프팅 보트들을 보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오미시의 또 다른 볼거리는 도심을 지키는 두 개의 요새, 미라벨라 요새(Mirabella Fortress, Peovica Fortress)와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스타리 그라드 요새(Stari Grad Fortress)입니다. 13세기에 지어진 미라벨라 요새는 오미시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오르면 15분 만에 도달할 수 있으며, 오미시 시내와 체티나 강, 그리고 드넓은 아드리아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합니다. 이곳은 중세 시대 오미시 해적들의 망루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적선이 다가오면 빠르게 경고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해적들은 이 견고한 요새와 복잡한 강 지형을 이용해 베네치아 함대까지 위협할 정도로 강력한 세력을 떨쳤다고 전해집니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스타리 그라드 요새는 미라벨라보다 더 가파른 등반을 요구하지만, 오미시와 주변 섬들의 더욱 광활한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짧은 경유였지만, 오미시는 대자연의 웅장함과 활기찬 에너지, 그리고 흥미로운 해적의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였습니다.

깎아지른 절벽과 체티나 강이 어우러진 오미시의 웅장한 풍경. 저 멀리 미라벨라 요새도 보인다.


네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아드리아해 관문

오미시를 지나 해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잠시 크로아티아 국경을 벗어나게 되는 독특한 구간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유일한 해안 도시 네움(Neum)입니다. 지도상으로는 크로아티아 영토가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이곳은 약 20km에 달하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해안선으로, 아드리아해로 향하는 유일한 출구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특이한 지리적 경계는 1699년 카를로비츠 조약(Treaty of Karlowitz)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해상 강국이었던 베네치아 공화국으로부터 육로 공격을 막기 위해, 당시 독립 공화국이었던 **라구사 공화국(Republic of Ragusa, 현재의 두브로브니크)**이 오스만 제국에 이 좁은 해안선을 내어주면서 베네치아와의 직접적인 국경을 피하고자 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결정이 오늘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네움 회랑으로 이어진 것이죠.

이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잠시 국경 검문소를 거쳐야 합니다. 여권을 제시하여 간단한 입출국 심사를 받게 되는데, EU 또는 쉥겐 조약 가입국 국민이 아니라면 여권에 입국 스탬프를 받기도 합니다. 통상적으로는 큰 지체 없이 통과할 수 있지만, 성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네움은 크로아티아와 비교했을 때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주유소나 마트에 들러 잠시 쉬어가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하려는 여행객들이 많다고 합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게 네움은 아드리아해로의 유일한 해상 통로이자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항구 도시입니다. 짧은 구간이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이색적인 경험과 함께 풍경의 미묘한 변화를 느끼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네움을 지나 다시 크로아티아 국경을 넘으면, 두브로브니크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 도로가 다시 시작됩니다.

잠시 크로아티아를 벗어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네움을 통과하는 길. 독특한 국경 통과 경험을 선사한다.


이렇게 오미시의 웅장한 자연과 네움의 이색적인 국경 경험을 지나, 드디어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다음 블로그에서는 두브로브니크의 웅장한 성벽과 역사적인 매력을 탐험하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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